지도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얘기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섭니다. 가만히 그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그들은 막스 베버가 말한 카리스마형 지도자의 출현을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구스타브 르봉이 지적했듯이 정보가 넘치고 토론이 성한 사회에서 카리스마적 위엄을 지키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카리스마는 지도자의 초인적인 능력에 대한 대중의 신앙적인 믿음에 기초하는데 공공 토론은 그러한 기초를 해체시켜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인간 사회에는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여전히 폭풍우와 위기는 끊임없이 몰려오고 인류는 집단으로써 생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성은 당산나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고난과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를 가진 큰 나무 말입니다. 특히 세월이 수상할수록 그렇게 예측가능성이 높은 지도자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성공을 위해 편법을 쓰지 않으며, 카멜레온처럼 환경에 따라 변신하지도 않고, 사리를 위해 남을 배신하지 않는 사람.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걸어가는 사람.
당산나무처럼 옆에만 있어도, 아니 생각만 해도 마음 든든한 그런 지도자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비오는 날 마을을 걸으며 드는 생각이었습니다.